
『승리의 종말론, 부분적 과거주의 견해』는 기존의 종말 해석에 강력한 도전을 던지는 책이다. 해롤드 애벌리(Harold Eberle) 박사님과 마틴 트렌치(Martin Trench)는 이 책에서 흔히 보아왔던 재난 중심의 세대주의 종말론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종말을 두려워해야 할 시기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이 계속되고 결국 그리스도의 승리로 완성될 ‘희망의 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종말론의 차이는 단순한 해석의 차원을 넘어, 성도들이 신앙을 살아가는 방식과 교회의 사명을 바라보는 시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승리의 종말론, 부분적 과거주의 견해』는 전통적인 세대주의 종말론과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종말을 해석한다. 두 관점의 차이를 명확히 비교함으로써, 오늘날 교회가 어떤 신학 위에 서야 하는지를 점검하게 한다.
세대주의 종말론: 공포와 대재앙 중심
세대주의 종말론은 19세기 초반 미국에서 존 넬슨 다비(John Nelson Darby)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이후 스코필드 성경 주석을 통해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종말론은 성경 전체를 시대별로 나누어 해석하며, 하나님이 각 시대마다 다르게 역사하신다는 전제를 중심으로 한다. 종말에 대한 해석은 극적으로 전개된다. ‘환난 전 휴거’와 ‘7년 대환난’, ‘적그리스도의 출현’,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 ‘아마겟돈 전쟁’과 같은 종말적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따른다. 요한계시록은 물론 다니엘서, 마태복음 24장 등 종말 관련 본문들이 주로 문자적으로 해석되며, 미래의 실제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 종말론은 세상의 미래를 어둠과 재앙, 혼란과 파괴로 묘사한다. 하나님이 교회를 환난 전에 ‘휴거’하여 구원하시고, 남은 세상은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된다는 구조다. 즉, 신자들은 환난을 피하고 천국으로 옮겨지며, 세상은 종말의 고통 속에서 멸망으로 향한다는 전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종종 긴박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어 왔으며,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Left Behind』(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 같은 소설이나 영화 콘텐츠로 대중화되었다. 그 결과 신자들 사이에서는 종말에 대한 공포심이 깊이 각인되었고, 재난과 심판이 곧 다가올 ‘예언된 현실’로 인식되었다.
세대주의 종말론은 무의식적으로 “이 땅은 곧 망할 것”이라는 패배주의적 관점을 심어주며, 신자들에게 세상 속에서의 책임이나 개입보다 ‘회피’와 ‘탈출’의 신앙 태도를 갖게 만들었다. 정치, 사회, 문화 영역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 때, 이를 마지막 시대의 징조로 해석하고 종말을 준비하자는 메시지가 반복되었다. 결과적으로 교회는 사회를 개혁하거나 문화를 복음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보다는, 종말에 대비한 ‘영적 준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성도들은 현실 문제보다는 ‘휴거될 자격’에 집중하게 되었다.
또한, 이 관점은 많은 경우 소망보다는 두려움, 사명보다는 회피, 세상을 살리는 교회보다는 피신처로서의 교회를 만들었다. 예배와 선교, 공동체의 비전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보다는 ‘다가오는 심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준비’로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세대주의 종말론은 신자 개개인의 신앙생활은 물론, 교회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감에까지 영향을 끼쳐왔다.
『승리의 종말론』: 하나님 나라 확장의 시각
『승리의 종말론』은 기존의 세대주의 종말론이 강조해온 절망과 파괴의 서사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해롤드 애벌리 박사님과 마틴 트렌치는 이 책에서 성경 전체를 “패배의 역사”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점진적 승리의 역사”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 이후 이미 하나님 나라가 시작되었으며, 지금도 그 나라는 세상 속에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종말은 혼돈과 파괴의 결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가 완성되는 ‘승리의 시점’으로 이해된다. 이 책은 요한계시록을 미래의 예언서로만 읽지 않고, 초대교회가 로마의 핍박 속에서 겪었던 실제 사건과 신앙의 싸움으로 해석하며, 이미 그 안에서 하나님의 승리가 선포되었다고 설명한다.
『승리의 종말론』의 핵심 사상은 “점진적 하나님 나라의 확장(Postmillennial Vision)”이다. 이는 세상이 점점 악해지고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거부하고,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들이 문화, 정치, 교육, 예술, 경제 등 모든 영역 속에서 하나님의 질서를 세워감으로써 세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변화된다고 본다. 교회는 세상의 끝을 기다리는 수동적 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사도적 공동체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실질적으로 드러내야 할 사명을 가진 존재로 규정된다.
해롤드 애벌리 박사님은 “그리스도의 재림은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 속에서 충만해질 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은 단순히 세상 속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다스리며,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삶의 모든 영역에 심는 것이다. 이 관점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하나님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기도를 현실적 사명으로 해석한다. 즉, 종말은 멀리 있는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과정 속에서 이미 시작된 현실이라는 것이다.
『승리의 종말론』의 관점에서는 요한계시록의 징조와 재앙들도 공포의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과 교회의 승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서사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짐승과 적그리스도의 이미지는 단순한 미래의 인물이 아니라, 초대교회 시대의 제국적 억압과 악의 구조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를 통해 이미 패배한 세력으로 규정된다. 이러한 해석은 성도들이 더 이상 세상의 타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서 세상 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다.
결국, 『승리의 종말론』은 신자들에게 “이 땅을 포기하지 말라”고 외친다. 하나님은 세상을 버리려는 분이 아니라, 세상을 회복시키려는 분이라는 것이다. 교회는 단순히 구원의 방주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 거점이며, 성도들은 하나님의 통치 전략을 실현하는 왕의 대사로 부름받았다. 이러한 시각은 종말을 두려움이 아닌 소망으로, 종교적 피난이 아닌 변혁적 참여로 바꾸어 놓는다. 즉,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오늘의 사명으로 이어져야 하는 현실적 과제임을 선포하는 것이다.
두 종말론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
세대주의 종말론과 『승리의 종말론』은 종말이라는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것이 교회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상반된다. 먼저 세대주의 종말론은 교회를 ‘세상에서 빠져나와야 할 존재’로 위치시킨다. 환난 전 휴거를 믿는 신학은 이 땅의 악화된 상황에서 믿는 이들만 선택적으로 구출된다는 믿음을 강화하며, 세상은 결국 멸망하게 되어 있다는 운명론적 해석을 제공한다. 이러한 시각은 교회로 하여금 현실 세계의 악과 부패에 적극적으로 맞서기보다는, 그것을 필연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회피하게 만든다. 그 결과, 성도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명보다는, 다가오는 재앙을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영적 생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승리의 종말론』은 교회를 이 세상 한가운데 파송된 하나님의 나라 대사로 바라본다.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교회는 도망가는 공동체가 아니라, 다스리는 공동체다.” 교회는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세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도적 공동체이며,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세상 속에 구현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다. 이러한 관점은 교회를 방어적인 요새가 아니라, 적극적인 영향력의 중심으로 정의하며, 모든 영역 속에서 하나님의 질서와 정의, 공의와 은혜를 실현해나가야 한다는 전략적 비전을 제시한다.
두 종말론의 차이는 실제 목회 현장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세대주의 종말론을 따르는 교회들은 종종 휴거와 종말에 관한 예언 세미나, 666, 적그리스도, 대재앙에 대한 설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신자들에게 ‘세상과 단절된 삶’과 ‘하늘 시민권자’로서의 정체성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반대로 『승리의 종말론』의 관점은 설교와 사역의 방향이 ‘문화 참여’, ‘사회 정의’, ‘가정 회복’, ‘공적 영역에서의 하나님의 뜻 실현’ 등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즉,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가 실제적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특히 21세기 교회는 문화적 세속화, 기독교 가치의 해체, 영적 권위의 약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종말을 두려워하며 수세적으로 움츠러든다면, 세상의 회복은커녕 스스로 생명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승리의 종말론』은 바로 이 위기 가운데 교회가 다시 자신이 누구인지, 왜 존재하는지를 성경적으로 재정립하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기는 교회”라는 것이다. 종말을 향해 가는 여정 속에서 교회는 결코 패배자가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왕 노릇 할 공동 상속자이며,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를 전진시킬 사명을 지닌 사도적 공동체다.
따라서 종말에 대한 관점은 단순한 신학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교회의 본질, 사명, 방향성을 결정짓는 매우 실제적인 기초다. 세대주의 종말론이 ‘회피’와 ‘공포’를 남긴다면, 『승리의 종말론』은 ‘참여’와 ‘통치’라는 책임을 남긴다. 교회는 지금 이 분기점 앞에 서 있다. 두려움 속에 세상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이 땅을 회복할 것인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믿음으로 전진하라’는 답을 던진다.
『승리의 종말론』은 단순히 하나의 종말론적 해석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종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교회의 정체성, 사명, 세상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세대주의 종말론이 심판과 회피의 신앙을 강조해왔다면, 『승리의 종말론』은 하나님의 나라가 지금 이 땅 가운데 확장되고 있으며, 교회는 그 확장을 위해 파송된 공동체임을 선언한다. 이 책은 성도들이 종말을 두려움이 아닌 소망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통치를 실제로 실현해나갈 책임이 있음을 일깨운다.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위기는 단지 문화적 세속화나 제도적 침체만이 아니다. 그 근저에는 종말에 대한 왜곡된 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종말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삶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이 책은 교회가 이제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하나님 나라의 군대로서 자신을 재정렬해야 함을 강하게 요청한다.
『승리의 종말론』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종말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종말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심는 일에 헌신할 때다. 이 책은 바로 그 전환점이자, 믿음의 방향을 바로잡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